강원랜드 방문기

정선에서 마주한 묘한 질서, 강원랜드 방문기

강원도 정선, 고요한 산세 속에 자리 잡은 하이원 리조트는 일상과는 사뭇 다른 공기가 흐른다. 이곳의 중심에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내국인의 출입이 허용되는 합법 카지노, 강원랜드가 있다. 도박이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견 때문일까. 발걸음을 떼기 전까지는 막연한 두려움과 어두운 그림자를 상상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풍경은 생각보다 건조했고, 기묘할 정도로 정돈되어 있었다.

카지노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쉽다. 하이원 리조트의 잘 정비된 도로는 호텔 로비로 이어지는데, 카지노 홀 밖의 풍경은 그저 평범한 호텔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결혼식 하객들이 지나가고, 깔끔한 복장의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소위 말하는 '어두운 뒷골목'의 느낌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9,000원이라는 입장료를 내고 입장권과 신분증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며 이곳이 보통의 관광지와는 다른 공간임을 실감하게 된다. 재미있는 점은 입장권에 최근 1년간의 방문 횟수가 기록된다는 것인데, 이는 관리를 위한 시스템이자 스스로를 경계하게 만드는 장치처럼 느껴졌다.

보안 검사대를 지나 내부로 들어서면 슬롯머신과 빅휠, 바카라 등 수많은 게임의 향연이 펼쳐진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슬롯머신 앞에 앉아 무표정하게 버튼을 누르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멍하니 기계와 대치하는 그들의 표정에는 일종의 기다림과 공허함이 서려 있다. 반면, 테이블 게임 구역은 딜러들의 능숙한 손놀림과 긴장감이 교차한다. 처음 방문해 룰을 모른다면 당황할 법도 하지만,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게임 방법을 친절히 설명해 주는 교육 서비스도 마련되어 있어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낮다.

이곳의 질서는 꽤나 흥미롭다. 칩을 교환하는 법을 몰라 헤매던 차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딜러에게 현금을 건네 칩으로 바꾸고 있었다. 딜러들은 돈과 칩을 테이블 위에서 능숙하게 주고받는데, 손과 손으로 직접 주고받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게임 중 배당금을 챙기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철저히 자신의 몫만을 가져간다. 옆에 칩을 두고 잠시 자리를 비워도 칩이 사라지지 않는 풍경은, 이곳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규칙과 곳곳에 설치된 무수한 CCTV가 만들어낸 '묘한 안전지대'의 단면처럼 보였다.

물론, 도박이라는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10만 원을 칩으로 바꿔 빅휠을 돌리며 잠시나마 배당의 즐거움을 맛보기도 했지만, 운이 따르는 순간을 지나면 결국 확률의 늪에 빠지게 된다. 돈을 따겠다는 욕심보다는 '적당한 금액을 즐거운 오락비로 쓰고 온다'는 태도가 훨씬 현명한 접근이다.

강원랜드는 화려한 조명 뒤에 씁쓸한 현실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무작정 터부시할 곳도 아니다. 도박 중독을 자가 진단할 수 있는 테스트기가 곳곳에 놓여 있고, 절제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가벼운 호기심으로 방문해 이 이색적인 풍경을 관람할 수 있다. 도박장이라는 낯선 세계에 잠시 발을 담가보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욕망과 질서를 관찰하는 것. 정선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한 번쯤 가볍게 들러보아도 좋을 법하다. 물론, 자신의 칩은 스스로 잘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