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쿠폰 들고 다니는 백조원 자산가, 워런 버핏
맥도날드 쿠폰 들고 다니는 백조 원 자산가, 오마하의 현인이 가르쳐준 진짜 부자의 품격
전 세계 부자 순위를 매길 때마다 상위권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수장, 워런 버핏입니다. 그의 손을 거쳐 간 자산만 해도 우리 돈으로 200조 원이 훌쩍 넘습니다.
이 정도 재산이 있으면 미국 호숫가에 수천억 원짜리 대저택을 짓거나, 매일 최고급 요리와 슈퍼카를 바꾸어 타며 화려한 삶을 즐길 법도 합니다. 하지만 올해로 95세를 맞이한 이 노신사의 일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소박합니다. 한때 그의 자동차 번호판에 ‘절약(THRIFTY)’이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었을 정도니 말 다 했죠.
도대체 그는 어떻게 그 엄청난 불을 축적했으며, 왜 아직도 동네 할아버지처럼 살아가는 걸까요? 그의 기상천외하고도 유쾌한 에피소드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1막: 빌 게이츠를 기겁하게 만든 '홍콩 맥도날드 사건'
워런 버핏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전 세계가 다 아는 절친한 친구 사이입니다. 두 사람이 함께 아시아 출장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홍콩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 들렀는데, 버핏이 당당하게 "이번 점심은 내가 사겠네!"라며 나섰습니다.
그리고 양복 안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꺼낸 것은 신용카드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맥도날드 할인 쿠폰’ 뭉치였습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빌 게이츠의 아내는 너무 기가 막히고 재미있어서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고, 빌 게이츠는 훗날 편지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백조 원을 가진 자산가가 주머니에서 할인 쿠폰을 꺼내는 모습을 보며, 이 인간이 왜 부자가 되었는지, 그리고 가치 있는 거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버핏은 백만 달러짜리 고급 요리보다 맥도날드의 햄버거나 동네 아이스크림 가게의 간식을 훨씬 좋아합니다. 손주들을 데리고 외식을 갈 때도 별 다섯 개짜리 고급 식당 대신 자신이 소유한 체인점인 동네 분식점에 데려가곤 합니다. 그는 늘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100달러짜리 호화로운 식사보다 맥도날드 햄버거가 훨씬 맛있더군요. 맛도 좋고 돈도 아끼는데 왜 안 먹겠습니까?"
2막: 자식들 용돈을 당일 수거한 '슬롯머신' 교육법
투자의 귀재답게 버핏은 '도박'을 끔찍이도 싫어합니다. 그는 도박을 일컬어 ‘무지함에 부과되는 세금’이라고 불렀죠. 도박판에서는 판을 짠 주인만이 무조건 돈을 벌게 되어 있다는 확율적 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버핏은 아이들에게 이 냉혹한 경제적 진리를 가르쳐주기 위해 집안에 진짜 슬롯머신 기계를 한 대 들여놓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집안일을 시킨 뒤 용돈을 10센트짜리 동전으로 나누어 주었죠.
아버지가 준 동전을 손에 쥔 아이들은 눈앞에 있는 번쩍이는 슬롯머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동전을 집어넣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예측대로 아이들은 용돈을 전부 탕진했고, 버핏은 아이들에게 준 용돈을 그날 저녁에 고스란히 다시 회수했습니다.
아버지가 판을 짠 도박 기계 앞에서 자신들의 주머니가 어떻게 털리는지 눈으로 확인한 자녀들은 훗날 철저한 경제 관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버핏의 딸 수잔은 "우리는 아주 평범한 집에서 자랐고, 16살이 되었다고 차를 선물 받지도 못했다"며, 부자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공립학교를 다니며 철저하게 자립심을 배웠다고 회고했습니다.
3막: 70년째 같은 집, 15분짜리 결혼식
그의 지독한 자산 관리 철학은 결혼식과 주거 환경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버핏이 지금 살고 있는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주택은 1958년에 단돈 3만 1,500달러(우리 돈 약 4천만 원)를 주고 산 집입니다. 방 5개짜리의 적당한 집이지만, 수십 년간 재산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에도 그는 단 한 번도 이 집을 떠나거나 으리으리한 성으로 이사하지 않았습니다. 그에게는 이 낡은 보금자리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2006년, 두 번째 아내인 아스트리드 멩크스와 결혼할 때도 세간의 이목을 끄는 세기의 결혼식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딸의 집 마당에서 단 15분 만에 민사 법적 절차만 밟는 약식으로 식을 끝마쳤습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이들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동네 허름한 해산물 식당이었습니다.
게다가 아내에게 줄 결혼반지를 고를 때도 자회사인 보석상에 들렀는데, 딸의 증언에 의하면 버핏은 빼놓지 않고 ‘직원 할인 혜택’을 꼼꼼하게 챙겨서 반지를 샀다고 합니다.
4막: 싸게 사서 모으는 늑대의 본능, 부의 원천
그렇다면 이 지독한 구두쇠 할아버지는 어떻게 세계 최고의 자산가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그 비결은 그의 절약 습관과 투자의 본질이 완벽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투자 비밀을 아주 명쾌하게 밝혔습니다.
"양말이든 주식이든 간에, 나는 품질 좋은 물건이 '할인'될 때 사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시장 정세가 불안해지거나 대공황 같은 위기가 찾아와 모든 사람이 공포에 질려 주식을 던질 때, 버핏은 오히려 눈을 반짝이며 시장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평소 철저한 절약으로 엄청난 현금을 통장에 쥐고 있기 때문에, 좋은 기업의 주식이 헐값이 되었을 때 통째로 집어삼킬 수 있는 것이죠.
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1년에 고작 3,500마일(약 5,600km)밖에 운전하지 않기 때문에 새 차를 살 필요가 없다며 낡은 자동차를 수년 동안 탑니다. 휴대폰도 스마트폰 혁명이 일어난 지 한참이 지나서야 폴더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꿨습니다. 한번 산 지갑은 20년 동안 쓰고, 옷도 중국의 한 사업가가 무료로 치수를 재서 보내주는 양복 몇 벌로 평생을 버팁니다.
남들이 유행을 쫓아 최신형 장비와 비싼 명품 옷에 돈을 낭비할 때, 버핏은 그 돈을 종잣돈으로 삼아 가치 있는 자산을 사 모았습니다. 눈앞의 소비가 주는 일시적인 쾌락 대신, 자산이 스스로 굴러가며 새끼를 치는 '복리의 마법'을 선택한 것입니다.
에필로그: 소유물에 지배당하지 않는 삶
워런 버핏은 자신의 전 재산 중 99%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서약했습니다. 엄청난 재산을 쌓아두고도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경종을 울립니다.
"너무 많은 물건을 소유하다 보면, 결국 그 물건들이 주인을 소유하게 됩니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자산은 건강, 그리고 오랫동안 함께해 온 매력적인 친구들뿐입니다."
그는 억만장자 친구들에게 비싼 선물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친구가 오마하 공항에 도착하면 직접 자신의 오래된 차를 몰고 마중을 나가고, 친구가 관심 있어 할 만한 신문 스크랩 기사를 봉투에 넣어 보내며, 수시로 전화를 걸어 수다를 붑니다. 돈이 들지 않는 '시간과 마음'을 선물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부자는 통장 잔고의 숫자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자유에서 나옵니다. 할인 쿠폰을 챙기고 70년 된 옛집에 살면서도 세상 그 누구보다 당당하고 행복한 워런 버핏. 그가 우리에게 보여준 행보는 단순한 자산 증식의 기술을 넘어, 진짜 풍요로운 인생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