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화력으로 침묵 깬 삼성, LG의 추격 떨쳐내고 잠실서 미소

초반 화력으로 침묵 깬 삼성, LG의 추격 떨쳐내고 잠실서 미소

2026.06.25(목) 삼성  vs LG  

초여름의 열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던 잠실야구장은 평일임에도 23,750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차 빈틈을 찾기 어려웠다. 경기 시작 전 3루 측 원정 벤치 앞, 삼성 박진만 감독은 타격 훈련을 지켜보며 짐짓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최근 타선의 집중력이 아쉬웠던 탓이다. 그러나 사령탑의 깊은 고민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날아간 타구 하나로 말끔히 씻겨 내려갔다. 삼성이 경기 초반에 터진 화력을 앞세워 LG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시작은 번개 같았다. 1회초 삼성의 리드오프 김지찬이 우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곧바로 박승규가 볼넷을 골라 나가며 무사 1, 2루의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는 최근 물오른 타격감을 자랑하는 구자욱이 들어섰다. 구자욱은 LG 선발 이정용의 초구를 가볍게 받아쳐 우전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선취점이자 이날 경기의 결승타가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LG 벤치가 미처 전열을 가다듬기도 전, 후속 최형우의 볼넷으로 이어진 무사 만루 기회에서 디아즈가 타석에 들어섰다. 디아즈는 이정용의 몰린 실투를 놓치지 않고 힘껏 배트를 돌렸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커다란 타구는 그대로 잠실구장 우측 담장 뒤로 넘어갔다. 비거리 120m짜리 대형 만루 홈런. 전광판의 숫자는 순식간에 4대 0으로 바뀌었고, 경기 시작 불과 10분 만에 주도권은 삼성 쪽으로 완전히 넘어왔다.

삼성 선발 후라도는 든든한 득점 지원을 등에 업고 마운드에서 노련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흔들림 없는 제구를 바탕으로 LG 타선을 요리했다. 2회초 삼성이 박승규의 안타와 김지찬의 도루 등으로 4점을 더 추가하며 8대 0까지 달아나자, 후라도의 어깨는 한층 더 가벼워졌다.

물론 홈 팀 LG도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3회말 홍창기의 중전 안타로 만든 기회에서 오지환의 적시타로 1점을 만회하며 추격의 신호를 켰다. 이어 5회말에는 문정빈의 호쾌한 3루타가 터지며 경기장 분위기를 바꿨고, 문보경의 내야 땅볼 때 1점을 더 보탰다.

승부의 분기점은 7회였다. 후라도가 7회말 2사 후 천성호에게 안타를 허용하자 삼성 벤치가 빠르게 움직였다. 투구 수 103개를 기록한 후라도를 내리고 이승민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승민이 후속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며 불을 껐고, 후라도는 6과 3분의 2이닝 3실점의 호투로 제 몫을 다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8회말 LG는 문보경이 삼성의 바뀐 투수 미야지를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점수는 10대 4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삼성은 9회초 류지혁의 3루타와 상대 실책 등을 묶어 다시 3점을 달아나며 LG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았다. 9회말 마지막 수비에서 마운드에 오른 임기영이 실책과 볼넷으로 잠시 흔들리며 2실점 했으나, 이미 벌어진 점수 차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3시간 15분에 걸친 승부는 결국 삼성의 13대 6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경기의 영웅은 단연 디아즈였다. 1회초 결정적인 만루 홈런을 포함해 4타수 3안타 5타점 1득점으로 타선을 완전히 하드캐리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후라도가 7회까지 버텨주며 불펜의 과부하를 막았다. 반면 LG는 선발 이정용이 1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며 경기 초반에 전술적 구상이 모두 꼬여버린 것이 뼈아픈 패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