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OP 역사상 가장 논란과 충격을 안긴 결정적 핸드들

WSOP 역사상 가장 논란과 충격을 안긴 결정적 핸드들

세계 포커 시리즈(WSOP) 메인 이벤트의 라스베이거스 테이블은 승자와 패자의 운명이 카드 한 장으로 갈리는 냉혹한 현장이다. 회계사, 프로 선수, 아마추어 나무꾼에 이르기까지 이 수억 달러가 오가는 무대 위에서 내린 단 한 번의 선택은 개인의 삶을 완전히 바꾸거나 대회 역사 자체를 뒤흔들었다. 누군가는 기적 같은 라인업 앞에 고개를 숙였고, 누군가는 무심한 표정으로 사과를 씹었으며, 누군가는 승리를 확신하는 단 한 마디로 상대의 Chip을 모두 빼앗았다.

2003년, 시골 회계사가 일으킨 거대한 폭풍

온라인 포커 사이트의 저렴한 예선전을 거쳐 1만 달러 상당의 WSOP 메인 이벤트 참가권을 딴 27세의 회계사 크리스 머니메이커는 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 표와 호텔비를 마련하지 못해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야 했다. 포커룸에 들어선 그는 본인의 순서조차 헷갈려 하는 미숙한 아마추어에 불과했으나, 베테랑 프로인 조니 찬과 필 아이비를 연이어 탈락시키며 헤즈업까지 치고 올라갔다.

그의 맞은편에는 오픈 셔츠에 담배를 문 노련하고 위압적인 프로 세미 파하가 앉아 있었다. 파하가 카드를 잡았을 때 아무도 머니메이커의 승리를 점치지 않았다.

헤즈업 상황에서 파하는 K-9을 쥐고 프리플랍 100K로 오픈했고, 머니메이커는 5-4로 콜을 선택했다. 플랍에 9-2-6이 떨어졌다. 머니메이커가 체크하자 파하는 175K를 베팅했다. 여기서 머니메이커는 300K로 레이즈를 날렸고, 파하는 승부를 보겠다는 듯 올인을 선언했다. 머니메이커는 그대로 콜했다.

턴에 8이 떨어지며 두 사람의 칩이 완전히 얽힌 가운데, 리버에 5가 떨어졌다. 머니메이커는 투페어를 완성하며 파하의 상단 페어를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온라인 예선 출신 아마추어가 세계 최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 한 판은 전 세계 온라인 포커 시장과 오프라인 대회의 폭발적 성장을 끌어낸 시발점이 되었다.

1998년, 테이블을 얼어붙게 만든 한 마디

1998년 메인 이벤트 헤즈업 무대, 이미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던 스코티 응우옌은 경험이 부족한 아마추어 케빈 맥브라이드를 상대로 칩과 경험 모두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맥브라이드가 림프 인을 하자 스코티는 빅블라인드에서 체크를 했다. 플랍에는 8-9-8이 깔렸고 맥브라이드가 먼저 베팅을 던졌다. 턴에서 또 다른 8이 떨어지며 포드에 8이 세 장 놓였고, 맥브라이드는 재차 베팅을 이어갔다. 스코티는 잠시 생각하더니 콜을 선택했다.

리버에서 딜러가 꺼내든 카드는 마지막 8이었다. 보드에는 8 포카드가 완성되어 있었고 킥커는 9였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보드 자체의 족보가 너무 높아 양쪽이 칩을 나누어 갖는 찹 포트가 되기 쉬운 국면이었다.

하지만 스코티 응우옌은 주저 없이 자신의 모든 칩을 밀어 넣으며 올인을 선언했다.

얼어붙은 맥브라이드가 고민에 빠지자, 금목걸이를 걸고 선글라스를 쓴 채 담배를 태우던 스코티는 코로나 맥주병을 들고 나지막하게 한 마디를 던졌다.

"네가 콜하면, 이걸로 끝이야."

맥브라이드는 결국 콜을 선택했다. 스코티의 손에는 9-7이 쥐어져 있었고, 보드의 8 포카드와 자신의 9를 조합해 더 높은 풀하우스를 완성하며 대회를 그대로 끝내버렸다.

2009년, 냉정한 대가 앞에 던져진 사과 한 조각

2000년대 후반 세계 최고 포커 플레이어로 꼽히던 필 아이비는 2009년 노벰버 나인 시대에 드디어 메인 이벤트 파이널 테이블에 올랐다. 6,500여 명의 참가자를 뚫고 올라온 그의 탈락을 결정지은 상대는 메릴랜드 출신의 수줍은 나무꾼이자 순수 아마추어인 다빈 문이었다.

아이비는 A-K을 쥐고 다빈 문의 Q-J을 상대로 엄청난 자산 가치가 걸린 전면전에 나섰다. 플랍에 A-Q-6이 깔리며 아이비가 탑 페어를 잡아 앞서갔고 장내에는 관중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후 턴과 리버로 이어진 보드 스티어는 다빈 문의 손을 들어주었다.

7위로 탈락이 확정된 순간, 필 아이비는 분노나 절망 대신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담담히 사과를 베어 물었다. 그 냉정한 반응은 순식간에 대회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장면으로 남았다.

이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며 500만 달러의 상금을 획득한 다빈 문은 그 돈으로 고향의 토지와 장비를 사며 본업인 목재 사업을 키웠으나, 2020년 수술 부작용으로 56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2015년, 14년 만에 되풀이된 11위의 잔혹함

세계적인 포커 스타 다니엘 네그라누는 2015년 메인 이벤트에서 10년 만에 가장 높은 위치까지 치고 올라가며 파이널 테이블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파이널 직전 단계에서 훗날 세계 챔피언이 되는 조 맥키헨을 만나 모든 것이 뒤흔들렸다.

턴에서 맥키헨은 줄드라와 플러시 드로우가 동시에 걸린 강력한 콤보 드로우를 잡았고, 리버 카드 하나로 스트레이트를 완성했다. 보드를 확인한 네그라누는 바닥에 뒤로 쓰러져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네그라누는 지난 2001년 메인 이벤트에서도 11위로 탈락한 바 있었다. 14년의 세월이 흐른 뒤 똑같은 11위라는 문턱에서 다시 한번 고배를 마셔야 했다.

2005년, 환호 뒤에 찾아온 리버의 비극

2005년 메인 이벤트 파이널 테이블 초반, 마이크 마투소우는 스콧 라자르의 A-A를 상대로 K-K을 잡고 프리플랍 올인을 감행했다. 당시 승부는 5,619명의 참가자가 몰리고 1위 상금만 750만 달러에 달했던 초대형 판이었다.

플랍에 K이 떨어지자 마투소우는 소리를 지르고 뛰어오르며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턴에 하트가 떨어지며 라자르에게 플러시 드로우가 열렸다.

이어 리버에서 거짓말처럼 또 하나의 하트가 떨어졌다. 라자르의 플러시가 완성되는 순간 마투소우의 챔피언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정신적 충격을 극복하지 못한 마투소우는 결국 9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1988년, 영화로 재탄생한 슬로우플레이

1987년 챔피언이었던 조니 찬은 1988년 메인 이벤트 헤즈업에서 신예 에릭 사이델을 상대했다. 플랍에서 조니 찬은 J-8-5를 보고 9-7로 이미 완성된 스트레이트를 잡았다. 상단 페어를 잡은 사이델이 체크하자 조니 찬은 40,000 베팅했고, 사이델의 50,000 레이즈에 느긋하게 콜로 응수했다.

턴에서 체크로 넘어간 뒤, 리버에 Q가 떨어지자 자신이 앞서고 있다고 판단한 사이델이 칩을 모두 밀어 넣었다. 조니 찬은 즉시 콜을 외치며 백투백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이 핸드는 10년 뒤 영화 '라운더스'에서 똑같이 재현되었다. 조니 찬은 딸이 마트 데이먼의 열렬한 팬이라는 이유로 영화 출연과 영상 사용을 허락했고, 실제 영화 장면 속에서 주인공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인물로 직접 등장했다.